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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가 철학원(慧家 哲學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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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가철학원 | 창원마산진해철학관 | 가엾은 저 비구니...제발...그 꿈 깨지마라. (태백산이야기) | 사주

신(神)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한 젊고 예쁜 무당이 있습니다.

 

자신은 이름난 명문 미대를 나왔고...

삼촌도 예체능계에서는 유명한 교수님이어서...

강남에 있는 그녀의 법당에는 항상 손님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태백산에 기도를 갔고...

거기에서 나이가 많은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신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그녀에게...

그 나이 많은 남자는 친절하게 무속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고...

두 사람은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일주일간 예정이었던 기도는...한 달로 늘어나고...

두 사람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태백산 천제단에 밤기도를 가고 싶다고 하자...

무당도 아니고...스님도 아니고...도인도 아닌...이상한 까까머리 남자를... 안내자로 소개시켜 줍니다.

 

무당도 아니고...스님도 아니고...도인도 아닌...까까머리 그 남자는...

몇 달 째...등산화에 구멍이 나도록...

어떤 때는...낮에...또 어떤 때에는...밤에...

끊임없이 태백산을 오르내립니다...

 

까까머리 남자는...

저녁을 먹고...그 젊은 무당을 데리고...

태백산 천제단을 지나...장군봉에 자리를 잡고 기도를 하게 합니다.

 

기도가 끝나고...

돌아가려는 찰나...등 뒤에서 그 나이 많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까까머리 남자는...본능적으로...이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단 한 번도...그 나이 많은 남자가...태백산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뒤...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그 젊은 무당은...문수봉에 밤기도를 가고 싶다고 하고...

까까머리 남자는...요즘 거기 기운이 이상하니 올라가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그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무당은...무당도 아닌 니가 뭘 아냐며...

자신들의 신이 지켜주신다며...뿌리치고 갑니다...

 

새벽에 그 둘이 산에서 내려오는데...

까까머리 남자는...심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문수봉에서 문수보살님을 봤다며...자랑을 하는데...

두 사람의 눈꼬리가 매섭게 치켜 올라가 있고,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분명 초저녁에 올라갈 때와는 너무나 다른...

매서운 눈매와... 붉게 물든 눈동자...사나워진 얼굴...

까까머리 남자의 입에서는...본능적으로 말이 튀어나옵니다.

“씌었다!”

 

까까머리 남자는...

그날부터 그 두 사람을 멀리합니다.

 

그 젊은 무당의 기도는...

일주일이...한 달로 바뀌고...

한 달이...다시 100일로 바뀌었습니다.

그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걸 멀리서 바라보는 까까머리 남자의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똑같은 말이 맴돕니다.

 

“가엾은 저 비구니...제발...그 꿈...깨지마라...제발...그 꿈...깨지마라...”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서슴없이 하는 목격담이...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결국 그 둘은 눈이 맞아...

같이 제주도로 향하게 됩니다.

 

잘 나가는 강남의 법당을 접고...

제주도로 떠나기 전...

그녀의 가족들이 태백산에 왔을 때...

우연히 그녀의 삼촌인 저명하신 교수님이 오셨고..

그 나이 많은 남자가 미덥지 못했던 교수님은...

그 곳에서...유일하게...무당도...스님도...도인도 아니면서...

끊임없이 태백산만 오르내리는...

까까머리 남자에게 질문을 합니다.

 

“제 조카가 어떤 것 같습니까?”

“무당은 아니고, 비구니 사주 같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잘 살까요?”

“무속인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는데... 2년 안에 그 쪽 용어로 ‘신벌(神罰)’을 받아 모든 것이 막힐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되돌아 왔을 때...따뜻하게 감싸주세요...모든 걸 잃고...아마 빈 몸으로 되돌아 올 겁니다.”

 

“되돌아 오면, 다시 무당을 해야 할까요?”

“신벌을 받아서 그건 불가능 할 것 같고, 일반인으로 살던가, 비구니가 되던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가물이어서 완전히 일반인으로 살기도 어렵고, 비구니로서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주도에서 겪을 상처와 고통이 크면 클수록 비구니로서 살아가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삼촌은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고...

얼마뒤...그와 그녀도...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까까머리 남자는 1년을 끊임없이 태백산에 올랐고...

중간 중간 그들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년 뒤...

그 나이 많은 남자는 홀로 태백산으로 돌아왔고...

젊은 무당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그 이후로...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나이 많은 남자는...

여전히...

태백산에 기도 온 젊은 무당들만 보면...

작업을 치고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씩...

정신나간 짓을 하는 무당을 보면...

예전의 그 말이 입가에서 맴돕니다.

 

“가엾은 저 비구니, 제발 그 꿈 깨지 마라. 제발 그 꿈 깨지 마라.”

 

오늘의 교훈;

그곳에 간 목적을 잊지 말자.

도서관에서는... 공부가 먼저...

성당, 교회, 절에서는... 기도가 먼저...